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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러브레터(1995) 분석

by SeonAa 2018. 7. 19.

*스포주의*



러브레터(Love Letter, 1995) _ 이와이 슌지 감독

 

후지이 이츠키라는 남자가 죽고 난 후 2년 뒤에 그의 연인 히로코가 이츠키를 잊지 못해 그의 고향집으로 편지를 보낸다. 이미 사라진 집이라 답장이 올 리 없는데도 후지이 이츠키라는 이름으로 답장이 오고 히로코는 답장을 보낸 사람이 후지이의 동명이인이자 동창인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세 사람의 인연이 시작되고 영화는 후지이 이츠키의 마지막 사랑인 히로코와 첫사랑인 이츠키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진행된다.

확실히 블랙 슌지와 화이트 슌지라는 이와이 슌지 감독 별명에 걸맞게 러브레터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화이트 감성을 그대로 녹여냈다.

 

이 영화는 눈으로 시작해 눈으로 끝난다. 그만큼 우리는 에 집중을 하게 된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여자 후지이 이츠키와 와타나베 히로코, 12역을 한 여배우가 눈 위에 누워 있는 것으로 시작한다. 때문에 오프닝 눈 위에 누워있는 여자가 이츠키인지 히로코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여자는 눈을 만끽하며 눈 그대로를 느끼고 있다. 필자는 감독이 그 두 사람 모두를 보여주고자 한 거라고 생각 한다. 죽은 후지이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인 두 여자가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눈과 함께 후지이를 추억하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에서 이츠키와 히로코를 보여줄 때 종종 그들을 따라다니는 핸드헬드의 촬영기법을 볼 수 있었다. 이는 마치 누군가 그 둘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예를 들어 이츠키가 모교를 방문하고 선생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후 학교 건물을 나설 때, 선생님과 이츠키를 비추고 있던 카메라가 다시 옆으로 이동해 복도 창문을 통해 이츠키가 학교를 떠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장면은 특이한 장면전환일 뿐더러 누군가가 이츠키를 따라다니며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영화에서 계속 이츠키와 히로코 주위에 존재하던 눈처럼, 죽은 후지이 역시 그들의 주위 어디든 존재했다.

 

이름이 같은 후지이들의 관계는 흥미롭다. 후지이와 이츠키는 단순한 첫사랑이 아닌 서로에게 있어 서로가 서로인 존재다. 특별한 뭔가가 없어도 둘은 학창시절동안 늘 함께 했고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도서실 책 여기저기에 자신의 이름인척 이츠키의 이름을 쓴 후지이의 행동이나, 그동안 학우들의 놀림에 울거나 피하기만 하던 이츠키는 전학 간 후지이의 책상에 장례 꽃을 올려둔 같은 반 학우들에게 처음으로 화를 내며 꽃병을 깨트리는 등의 장면들이 설명해준다. 처음엔 아이들의 놀림이 어색하고 싫었어도 어느샌가 둘은 서로를 자신처럼 특별히 여기고 있었다.

 

히로코는 죽은 후지이의 잔해를 이츠키에게서 찾았다. 후지이를 잊지 못해 편지를 보내고 동창인 이츠키에게서 후이지와의 추억을 물어본다. 그럴수록 히로코는 가슴은 미어진다. “닮아서라면 용서할 수 없어요.” 히로코는 자신을 택한 이유가 후지이의 첫사랑인 이츠키와 닮아서라고 생각한다. 히로코가 후지이와 동명인인 이츠키를 끝내 실제로 마주할 수 없는 이유 또한 히로코는 후지이의 자신을 향한 마음을 실제로 마주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가슴 아프지만 후지이는 여태껏 히로코에게서 이츠키의 모습을 봐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후지이는 과거 이츠키와 헤어지기 전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을 대신 반납해 달라며 이츠키에게 자신만의 작별인사를 했고, 그 인사는 시간이이 흐른 뒤 이츠키가 후지이에 대한 사랑을 깨달을 때 다시 돌아온다. 이츠키는 잃어버린 시간과 함께 잃어버렸던 자신의 첫사랑을 찾은 것이다.

 

나무가 아닌 숲을 봤었던 이츠키는 히로코와의 편지로 추억을 되새기면서 나무 하나하나, 후지이와의 추억 하나하나 볼 수 있게 되었고 숲이 아닌 후지이 이츠키라는 나무 하나에만 얽매여있던 히로코는 후지이와의 모든 추억이 담긴 편지를 다시 돌려주며, 산을 제대로 바라보고 잘 지내시나요저는 절 지내요.”라고 외치는 등 후지이를 놓아줄 수 있게 되었다. 너무 뒤늦게 깨달아 버린 그들의 사랑이 가슴 아프도록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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