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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아메리칸 뷰티(1999) 분석

by SeonAa 2018. 7. 19.


*스포주의*





아메리칸 뷰티 (American Beauty, 1999) _ 샘 멘데스 감독


 

아메리칸 뷰티는 욕망과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각자의 욕망이 있고 그들이 갈구하는 이상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보여준다. 또한 잘못된 욕망과 집착으로 인해 주변에 많은 아름다움을 놓친다는 메세지도 담고 있다.

 

영화는 리키의 캠코더 녹화 시점으로 시작한다.

영화 속 리키는 자신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모든 것을 캠코더로 찍는다. 그것들은 바람의 흩날리는 비닐봉지, 죽은 새 그리고 제인이다. 또한 리키는 아빠를 진심으로 미워하는 제인의 눈을 클로즈업해서 찍거나 근육만 있으면 레스터와 섹스하고 싶다는 안젤라의 말을 듣고 나체로 운동하는 레스터를 찍거나 권위적인 리키 아빠로부터 도망가고 싶은 듯한 리키 엄마의 뒷모습을 찍는 등 인간의 욕망이 담긴 순간을 포착해 찍기도 한다. 이렇듯 리키는 주변에 널린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주변에 널린 인간의 욕망까지도 캠코더에 담는다. 그런 리키의 캠코더 시점으로 영화가 시작한다는 건 이 영화 자체가 아름다운 것들과 인간의 욕망, 둘의 관계에 대해 얘기한다고 알 수 있다.

 

또한 리키는 분노라는 감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볼 수 있다. 아버지로부터 정신병원으로 쫒기고 감시받고 구타당해도 화를 내지 않고 그런 억압을 가볍게 피하고 비위 맞춰주는 모습은 되려 아버지를 조롱하듯이 보인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정리해야 할 게 있다. 위에서 말한 리키의 캠코더가 아름다움과 인간의 욕망을 담아내고 있다는 것은 리키가 아름다움과 욕망을 구분지어 나누어 촬영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리키의 캠코더는 곧 아메리칸 뷰티 영화 자체이고 이것과 별개로 영화 속 리키라는 인물은 분노를 품고 있지 않아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인간의 욕망일지라도.

영화가 끝날 때 쯤 들리는 레스터의 나레이션은 세상엔 아름다운 게 많으니 분노를 품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레스터는 죽는 순간에 깨달은 것을 리키는 열여덟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미 알고 있었다. 어쩌면 그가 보았다는 신의 모습도 자기 스스로의 모습을 지칭한 게 아닐까.

 

영화에서 계속 나오는 빨간 장미는 아름다움이자 고통이다. 레스터가 처음 안젤라를 만나고 안젤라에게서 흩날리는 빨간 장미 꽃잎을 보게 된다. 그 후로도 안젤라를 상상할 때마다 빨간 장미 꽃잎 역시 같이 나타난다. 하지만 아름다운 장미에 눈이 멀어 무심코 만졌다가는 장미가 가진 가시에 찔리고 만다. 레스터가 결국은 정신을 차리고 장미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해도 가시에 찔리지 않은 건 아니다. 안젤라에 미쳐 근육을 키우고 리키에게서 대마초를 사는 행동들은 이미 장미에 손을 대버린 거고 그 과정에서 오해를 산 레스터는 리키의 아버지로부터 살해를 당한다. 결국 레스터는 가시에 찔려버렸고 이 때 레스터의 죽음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다. 감독은 레스터가 머리에 총을 맞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대신 하얀 벽에 피가 튀는 장면으로 보여줬다. 빨간 피가 튄 모습은 마치 빨간 장미 꽃잎들을 연상케 한다. 안젤라에게서 빨간 장미꽃잎의 아름다움만 보며 집착을 버리지 못했던 레스터는 집착을 버리자마자 스스로 빨간 꽃잎들을 피워내고 행복한 표정을 지은 채 죽음을 마주했다. 이번에도 리키는 역시나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레스터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은 채 좋아했다.

 

영화는 이렇게 다양한 메타포를 통해 집착과 욕망, 분노를 버려야 보이는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해주고 있다. 영화 마지막에 들리는 레스터의 나레이션은 분노와 집착을 버려야하는 이유를 얘기해 주고서 여러분 무슨 뜻인지 어렵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언젠간 알게 될 테니까.” 라고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하지만 필자는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언젠간 알게 된다 하더라도 지금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놓치고 보내는 게 얼마나 아쉬울지를. 기왕이면 지금 주변을 돌아보며 누렸으면 한다. 우리 주변엔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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